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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있는 휴머니즘 영화였고 매우 재밌게 봤다.
비록 100% 실화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창호 9단의 성공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창호는 동네 신동에서 시작해서 조훈현 9단의 눈에 들어 서울로 상경하고 바둑 기원에 가서 거의 모든 바둑 지망생을 한꺼번에 무참하게 이겨버리던 천재로 바둑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본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국 결과들과 바둑에 대한 스승과의 의견 마찰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성격이 변할 정도의 슬럼프를 겪는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당시 세계를 호령하던 스승의 반대가 있다면 군말없이 본인의 생각을 굽힐 것이지만, 이창호는 본인이 스승의 곁을 떠나는 한이 있더라도 고유 스타일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바둑 기원 최강자전에서 조훈현을 비로소 꺾으며 그의 노력은 결실을 거두었고 이후 15년 간 자타공인 바둑 최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성공을 하려면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나의 길을 누군가가 의심하고 부정하는 말을 하면, 특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본인의 멘토라면 자신만의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이란 것 자체가 귀하고 드문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는데 어떻게 성공이란 것을 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다른 사람 한명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탁월하든 저열하든 다른 결과를 다르게 낼 수 있으니 말이다.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성공에 대한 집념과 포기하지 않는 마인드가 성공에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훈현의 경우에도 제자에게 뼈아픈 연패를 당하고 슬럼프를 겪었지만 다시 절치부심해서 제자의 방식을 배워 다시 정상의 자리를 다툴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꺾이지 않는 마음은 어느정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창호는 바둑을 배우고 몇 달만에 조훈현 9단에 눈에 들어서 집에 들여와서 가르침을 주고 싶을 정도의 재능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바둑을 배우면서도 범인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던게 아닐까? 비록 지금은 보이지 않는 협소한 길이지만 어떤 방식의 바둑이 결국 더욱 탁월함에 근접하게 되는지 본능적으로 느꼈던게 아닌가 싶다. 물론 이건 내가 이창호 만큼의 노력을 해보지 않아서 이런 생각을 하는 확률이 더 클 것 같지만 말이다.
또한 커리어 개발의 측면에서도 기본 훈련에만 몰두하는 대신 요령, 혹은 장점을 살리는 노력이 병행되면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일종의 인사이트를 발견했다. 영화적 연출이 얼마나 개입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성을 살려라', '응용은 기본 다음에 오는 것이다'는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끊임없이 강요했던 것들이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시니어 혹은 선배들에게도 항상 듣지 않았던가. 일단 뭔가 거창한 것을 하려고 하지말고 기본부터 단단하게 익히라는 성공을 위한 일종의 불변의 법칙 같은 말들이다. 하지만 이창호는 기존 바둑 상식을 배우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배합하려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고수했다. 비록 그것이 스승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결국 본인이 배양했던 바로 그 스타일이 강력한 무기가 되어서 스승을 꺾고 세계 최고가 되었다. 기본 훈련을 통해 커리어 도메인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수준 이상에 도달하면, 그 때부터는 자신만의 탁월해질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나의 경우를 고려해보자. 개발자의 기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기능 개발 능력이며 다른 하나는 운영을 포함한 유지보수 능력이다.경험과 관성의 중요도가 높은 능력들이라서 특별한 재능이 없다면 연차를 쌓아나가며 천천히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엔 문제를 엄청 깊게 파고드는 성향이 크게 없기 때문인지 이 능력들은 다른 비슷한 연차의 개발자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러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나의 장점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점과 문서화 능력이 좋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외부적으로 꾸준히 배운 지식들을 바탕으로 업무를 진행할 때 시니어들와의 토론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기술적인 의견을 자신있게 개진한다. 또한 진행한 업무에 대한 자세하고 가독성 높은 문서화를 진행하는 습관으로 인해 이에 대한 평가가 매우 좋은 편이다. 만약 내가 나의 장점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일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면 좋은 평가를 못받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바둑이 너무 재밌는 스포츠로 느껴졌다. 바둑을 둘 때 조훈현은 화려하게 전투하는 것을 선호하고 이창호는 상대방이 무엇을 하든 지긋이 본인만의 바둑을 해서 늪바둑을 한다는 둥 기사들마다 각자의 기풍이 있다는 점이 재밌게 느껴졌다. 또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바둑에서 유래되었다는 점, 그리고 예전 만화이자 드라마 미생에서주인공이 처했던 상황 묘사하기 위해 바둑 용어로 챕터 명을 정했던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한판의 바둑 대국으로 비유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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